디자인의 유사 판단 – 2016후1710 판결

오늘은 판례를 통해 디자인의 유사 판단 기준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디자인권이란 물품의 형상을 보호하기 위한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디자인과 형상의 유사한 디자인은 실시할 수 없는데요. 여기서 실시란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등 일반적으로 해당 물품을 거래 실정상 사용하는 대부분 행위가 포함됩니다.

디자인보호법 제113조에 따르면 ‘디자인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등록 디자인과 유사 디자인으로 판단되면, 유사한 디자인을 가지고는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전 글에서 디자인 침해의 벌칙에 대해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요. 이러한, 벌칙이 많은 가품 제작자들이 명품 가방과 동일, 유사한 디자인을 만들어 팔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 까지가 유사한 디자인일까요?

디자인의 유사 판단 기준은?

1. 이 사건 디자인의 비교 및 판결의 배경

이번 판례에서 문제가 된 디자인은 화물차량용 공구함입니다. 이 사건 등록 디자인과 선행디자인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디자인의 유사 판단을 설명하기 위한 2016후 1710판결의 등록 디자인
2016후 1710판결의 등록 디자인
2016후 1710판결의 선행디자인

신뢰 가능한 지식재산권의 행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디자인이 유사한가요?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법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냥 겉보기에 비슷하기 때문에 유사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이 사건은 왼쪽 디자인이 오른쪽의 선행 디자인과 유사하여 등록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상태이고, 피고는 무효를 인정할 수 없어서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황입니다.

간단하게 설명 드리면, 만약에 대법원에서 두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왼쪽 디자인권은 무효가 되는 것이고,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면 왼쪽 디자인권은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유사 여부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2. 디자인 유사 판단의 기준

(1) 원칙

판례에 따르면,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이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적인 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유사하다고 보아야 하고, 디자인이 표현된 물품의 사용 시뿐만 아니라 거래 시의 외관에 의한 심미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디자인의 유사는 디자인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을 따로따로 비교해서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인 외관이 주는 심미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는 전체적인 심미감이 중요하다는 말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거래 시의 외관에 의한 심미감’이라는 것은, 디자인 물품이 다른 물품의 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부품을 포함하는 전체 디자인을 거래 시의 외관으로 보아 유사 판단을 해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2) 디자인의 개별 요소의 중요도

다만 판례는, 디자인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에 관해서 ‘양 디자인의 공통되는 부분이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 불가결한 형상인 경우에는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하고, 물품의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대체 형상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데 불가결한 형상이 아니므로, 단순히 기능과 관련된 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디자인 유사 여부 판단에 있어서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개별 구성이 그 물품을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것들이라면 조금 비슷하게 생겨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유사해도 봐준다는 식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드는데 바퀴가 동그랗다는 이유로 두 자동차의 외관이 유사하다고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바퀴를 원형 이외의 다른 도형으로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로, 머그컵의 손잡이에 장식을 추가하여 등록을 받은 디자인이 있다고 하면, 머그컵 손잡이에 장식은 꼭 필요한 구성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그 중요도를 높게 보아야 합니다. 즉, 머그컵 손잡이 장식이 유사하면 그건 유사한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판례의 기준에 입각한 이 사건 화물 공구함의 유사 여부

(1) 양 디자인의 공통 요소

판례는, ‘양 디자인이 i) 몸체부 좌측 상부모서리에 직육면체 형상의 절개홈을 가진다는 점, ii) 전면에 형성된 직사각형의 여닫이 문은 좌측 상부가 45도 각도로 절삭된 점, iii) 여닫이문의 상부에 위치하는 몸체의 상단 우측에 기다란 경사면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 iv) 몸체부의 우측면 후방 중앙에 반구형상의 요입홈이 경사지게 형성된 점, v) 몸체의 배면 우측에 중간부위까지 하향 경사면이 형성되어 있는 점, vi) 몸체의 배면 중앙에 수직요입홈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라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위의 비교 도면을 보면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공통점에 해당합니다.

(2) 공통 요소가 공구함에 필수불가결한 구성인지

중요한 것은 위의 공통 요소들이 화물차용 공구함에 필수적인 요소인지 여부입니다. 즉, 위의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하여도 화물차 공구함은 다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특별한 제약이 있다면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게 됩니다.

하지만, 판례에 따르면, 화물차량용 공구함에 위의 공통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판례는 화물차량용 공구함은 별도로 거래가 가능하고, 위의 디자인의 공통 요소들이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거나, 장착 후에 보이지 않는 다는 이유로 디자인의 유사 판단 시 그 중요도가 높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몸체부, 여닫이문 부분의 무늬는 서로 상이한 심미감을 가지게 할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두 디자인이 유사하여 등록 디자인을 무효시켰습니다.

4. 결론

디자인의 유사 판단을 함에 있어서, 원칙은 전체적인 심미감이 중요하지만, 거래 당시의 외관과, 구성 요소들이 해당 물품에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도 함께 고려가 된다는 점을 잘 알아 두셔야 됩니다.

즉, 기능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특이한 디자인을 적용한다면 우수한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겠죠. 물론, 기능적으로도 우수하고 심미적으로도 우수한 디자인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한 디자인은 쉽게 창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을 창작할 때 창작의 열정을 어느 부위에 쏟아부어야 할지 결정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될 판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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